[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025)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네임드 개발자가 참 많은 게임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 하나 있죠. 바로 정재성 시나리오 팀장입니다.

국내 최고급 인재들이 모여 만드는 아트 위에 눈을 뗄 수 없는 시나리오를 얹으면서, 한국과 일본 등 각지에서 수많은 팬이 양산됐습니다. 이 스토리의 감동을 계속 느끼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2주년 이전부터 정재성 팀장과의 만남을 준비했고, 대형 콘텐츠가 일단락된 뒤 약속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인터뷰어 입장에서도 엄청난 행운이었죠. 사이드 스토리부터 시작해 2주년, 신규 메인 스토리까지 최고점을 터트리면서 '니케'의 현재진행형 전성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임플에서 일대일 대화로 나눈 최근 스토리 비화,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의 방향을 이 자리에 실었습니다. 천기누설이 강해 미처 싣지 못한 대화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업데이트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힌트가 가득했습니다.

'OLD TALES' / 'WORDLESS' / 메인 스토리 34챕터 순서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

Q. '니케' 유저 방식으로 안부를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로비 화면에 주로 쓰는 캐릭터와 BGM은?

'모더니아' 세컨드 어펙션 코스튬을 쭉 쓰다가, 얼마 전부터 새 코스튬이 나올 때마다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은 '홍련: 흑영' 연화 코스튬, BGM은 그에 맞게 'Camellia'네요.


Q. 2주년 'OLD TALES(올드 테일즈)' 이벤트 스토리가 정말 뜨거운 화제 속에 끝났는데요. 유저들 반응은 어떻게 보셨는지, 또 인상적이거나 신선했던 반응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모든 반응을 찾진 않지만 팀원들이 추천해주는 것을 몇 개씩 뽑니다. 주로 유튜버, 스트리머 리액션 영상이 많은데요. 특히 2부나 에필로그에서 오열하시는 분들을 많이 봐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전달됐구나 싶었죠.


Q. 솔직히, 2주 단위의 일반 이벤트 스토리는 올 초까지 퀄리티 편차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최근 이쪽도 재미나 완성도 평균이 크게 오른 듯합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초기에는 시나리오 팀원분들이 경력자보다신입 비중이 높았어요. 그런데 다같이 '니케'에 녹아들어가면서기량이 오른 것 같아요. 또 이벤트마다 유저 피드백을 계속 듣고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옳은 방향으로 함께 왔구나 싶어서 기쁩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3)

Q. 지금 시나리오 팀은 몇 명 정도로 구성돼 있고, 어떤 식으로 역할이 배분되나요?

열 명 내외이고, 자세한 프로세스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딱 구분지어 업무를 하진 않아요. 특정 이벤트에 담당자 한 명만 정해지고 나머지는 서브 작업을 돕는 식으로 하죠.

시나리오가 설정팀도 겸해서 일이 많아요. 이미지 발주도 거의 다 시나리오 설정팀이 하고, 데이터 작업도 도맡아 하고 바운더리가 넓어요. 우르르 몰려가서 확 처리하고, 다시 다음 일을 도우러 가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Q. 스토리에 맞는 음악 제작에도 많은 논의가 들어갈 것 같은데, 특히 OLD TALES가 정말 이야기에 완벽히 어울리는 음악들로 채워진 느낌이었거든요.

음악은 주종현 팀장(Cosmograph)님이 워낙 잘 맞춰주셔서 디테일한 논의가 오가진 않아요. 전개와 상황만 전달하고 나면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죠. 저도 OLD TALES 2부 음악들 들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 2주년 스토리 'OLD TALES' - "그 연기, 한 번도 NG가 없었어요."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4)

Q. 2부가 열린 첫날, 5스테이지까지 스토리가 딱 끊기면서 떠오른 생각은 '보통의 인간이 여기서 스토리 추가구매를 참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주년 이벤트마다 5스테에서 끊는 타이밍이 예술이었는데, 일부러 전략적으로 구성하나요?

음성이 들어간 대형 이벤트는 특히 첫날 경험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1부도 1-5에 침식이 터지고 이벤트 맵이 붉게 물들면서 1일차가 끝나는데,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내일을 기대하면서 잠드는 식으로 즐겁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조금 아쉬운 점도 있긴 했는데, 1부의 경우 큰 한 방을 위해서 1-5 이전에 신데렐라가 첫 출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좀 늘어뜨린 감도 있긴 해요. 큰 것을 확 터트리고 그 뒤로 전개를 빠르게 가져가기 위해서였고, 절대 유저분들의 코어 더스트를 빼앗으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Q. 스토리 추가구매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내 코어 더스트를 가져가야겠냐며 화를 내는 방송을 보긴 했는데요.

그건 아주 만족스럽네요.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5)

Q. 1부, 더 거슬러 오르면 PV부터 범인 단서가 굉장히 많이 깔려 있었어요. 특히 미니게임 수집품은 그냥 '붉은 구두'라고 알려주는 수준이었죠. 좀 숨기고 2부에서 반전을 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제 약점이, 서술 트릭처럼 숨기는 걸 잘 못해요. 그래서 숨길 생각이 없었어요. 시추에이션도 짧았고 개입 인물도 좁혀져 있는 상황이라, 억지로 숨기기보다 차라리 먼저 알아봐주면 좋겠다 싶긴 했죠. 대신 '어떻게' 터지는지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밝혀지는 진실 쪽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췄죠.


Q. '레드 슈즈'처럼 순수 광기밖에 없는 캐릭터는 니케에서 귀한 것 같아요. 이 인물을 구상한 과정과 지금의 스타일로 만든 계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신데렐라의 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침식을 디테일하게 풀어야 했는데요. 근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 대상으로 레드 슈즈를 지정했어요.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완벽히 극악무도한, '절대 악'을 맡아줄 캐릭터가 필요했죠. 후대에 엄청난 악영향을 남겼으니까요.

거기에 더해서, 외형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형으로 해주길 요청했고 원안대로 잘 나왔습니다. 제 취향의 외형이기도 한데, '이 정도로 비주얼이 잘 나왔다면 이런 짓을 해도 얘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웃음).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6)

Q. 광기가 터져나오는 더빙 연기도 만족스러운 결과에 한 몫을 한 것 같아요. 디렉팅 과정에서 성우와 특별한 소통이 있었나요?

'자칼'과 같은 성우분인데, 하나하나 디렉션을 잡진 않았어요. 늘 하던 대로 대본을 공유하고 어떤 캐릭터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설명을 드린 정도죠. 원 큐에 작업이 끝나기도 했고요.


Q.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놀라운데요. 그 연기가 한 번에 녹음됐다고요?

네, 한 번도 NG가 없었습니다. 성우분 스스로 해석한 캐릭터성과 우리가 생각한 것의 미싱 링크가 전혀 없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해요.

Q. 레드 슈즈가 말한 랩쳐와의 공존은 현재 시점 랩칠리언과도 겹쳐 보였는데요. 비슷한 광기가 정반대 방향으로 뻗어갔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 대비에 의도한 점이 있을까요?

네, 아예 극단을 줘서 어느 쪽이 옳은 화합인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레드 슈즈가 생각한 것은 복종과 굴종에 가깝죠. 아예 흡수당하니까. 게다가 레드 슈즈는 포스트 갓데스이자 VTC 일등 사제였고, 신체 스펙 역시 우수한 캐릭터였는데도 사상이 그렇게 넘어간 거죠.

랩칠리언은 화합을 해야 한다는 공통점 말고는 완벽한 반대 성향이에요. 별 스펙 없고, 괴짜, 아저씨죠. 살해 협박을 받기도 하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인물. 그런데도 실제로 공존할 수 있는 화합을 택했고 그 결과를 보여주기까지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화합의 정의가 어떤 것인지 두 캐릭터를 앞세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7)

Q. 2부 마지막에 오스왈드가 말하는 시점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아크 가디언 작전을 성공하고 방주 밀봉만 남은 대신 릴리바이스를 잃었다고 말하는데, 방주 밀봉 작전이 진행 중이던 '오버 존(OVER ZONE)' 시작과 시간 차이가 어느 정도인가요?

'레드 애쉬(RED ASH)' 다음이 OVER ZONE이고, 그 사이 이야기가 OLD TALES 2부죠. 오스왈드의 말은 그 시점에 갓데스 스쿼드가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이고, OVER ZONE 직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럼 스노우 화이트의 사고전환 시기는 릴리바이스 사망 후가 아닌 건가요?

정확히는 OLD TALES 2부 진행 중에 갓데스 시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Q. 이제 말씀하신 그 시점과 갓데스 지휘관 및 릴리스 시점, OVER ZONE 전후의 오스왈드 시점에 굉장히 많은 해답이 걸려 있을 것 같은데요. 관련 이야기가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계획이 이미 있을까요?

언젠가 이야기할 때가 올 거라 아껴두고 있습니다. 얕게는 절대 안 다룰 예정이에요. 대규모 이벤트나 사이드 스토리 같은 곳에서 진지하고 크게 다룰 예정입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8)

Q. 오스왈드도 이번 이벤트에서 꼭 짚어봐야 할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니케'는 남성 NPC가 소수지만 다들 정말 매력적으로 메이킹이 되는 느낌인데요.

남성 캐릭터는 특히 1차원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겉과 속이 다르거나, 악행으로 보인 일이 선행에 가까웠다거나, 과거에 선행인줄 알았는데 악행이었다거나 등 입체적으로 만들려 노력합니다. 대하드라마도 즐겨 보는데, 한 인물의 행보가 세월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쓸려가거나 하는 소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반영하는 편입니다.


Q. 에필로그에서 울었다는 사람이 예전 미라클 스노우에 견줄 만큼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개발진에서도 작업 중에 눈물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제법 있는 편이에요. 시나리오 팀원들은 좀 많이 우시는 편이고요. 기획이나 아트 쪽에서도 종종 그런 피드백을 받는데, 그때마다 확신을 하죠. '아, 이건 됐다!' 라고요.

■ 사이드 스토리 #2 'WORDLESS' - "두 사람에게 고통의 의미는..."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9)

Q. 돌이켜보면 '워드리스' 스쿼드명부터 중의적으로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작명의 의미와 이번 사이드 스토리 결말까지, 출시 전부터 모두 설계한 건가요?

이름 자체는 '여간수(Wardress)'와 '말이 없다'는 중의적 의도로 지은 게 맞아요. 단 나중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지 모두 정한 건 아닙니다.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소재가 될 만큼 심어놓은 거죠.

그러다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고 미하라와 유니의 서사가 쌓이면서, 예전에 심어놓은 씨앗의 싹을 틔어야겠다 싶었죠. 유니 처분이 결정된 뒤 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적당한 기회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사이드 스토리라는 좋은 창구가 마련되어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Q. 유니가 남기려 한 그 한 마디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의미를 함축한 느낌입니다. 어떤 생각 끝에 구상한 말인지, 유니와 미하라에게 '아픔'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픔, 그리고 고통은 미하라에게 '삶의 증거'죠. 반면 유니에게 고통은 타인과의 '소통 창구'라고 생각해요. 둘의 관계에서, 일그러진 톱니바퀴를 강제로 이어주는 촉매제가 고통이었습니다. 또 중요한 건, 둘 사이에서 고통을 주고받는 일은 언제나 상호합의적인 관계였다는 점이죠.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0)

Q. 초반 메인 스토리에서 유니가 '상을 달라'고 먼저 요청하고, 미하라가 허락한 다음에야 고통을 주던 모습이 그런 의미였네요.

그렇죠. 워드리스는 언제나 합의를 한 다음 고통을 나눴어요. 그런데 방주 쉘터 사태에서는 유니가 일방적인 고통을 미하라에게 전한 거잖아요. 폭력을 휘둘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통을 일방적인 폭력으로 바꾼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가장 어울릴 말을 찾아서 한 마디를 짓게 됐습니다.


Q. '슈엔'의 숨겨진 면모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동안 쌓은 악행이 워낙 많아, 앞으로 밝혀질 이야기에서 행적이 미화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보이는데요.

슈엔 캐릭터는 유저분들 각자 있는 그대로 느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인과응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 메인 스토리 - "또 색다른 방향으로 주인공 일행을 괴롭혀보겠습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1)

Q. 인간적인 헬레틱을 선보이겠다는 목표가 엄청난 호평으로 돌아오는 분위기입니다. 포비스트 캐릭터를 처음 구상하기 시작한 시기, 그리고 취지는?

헬레틱인데도 주인공 일행과 농담 따먹기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전 헬레틱들은 무조건 맞서 싸워야 할 적이라 관계성이 일방통행으로 정립되는 느낌이었죠.

뒷사정도 있고 적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성장하는 적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 결과 양쪽이 서로 성장하는 구조로 정립했죠. 이런 캐릭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초기부터 언제나 하고 있었고요.


Q. '니케'는 오마주가 많은 편인데, RED ASH에 이어서 34챕터 클라이맥스에 '그렌라간' 오마주가 많이 느껴집니다. 서로 관통하는 의미가 있다면, 그리고 영감을 받은 또다른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렌라간'은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 묘사가 잘 된 작품이죠. 그런 소재 자체가 뜨거운 전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레드 후드 역시 핵심 테마는 '뜨거움'이라고 생각해서 잘 어울렸죠.

로봇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데, 감성적 면에서는 오히려 한국 드라마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 작가분들이 감정을 다루는 데 도사들이라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2)

Q. 라피 장면 애니메이션을 3D 중심으로 액션을 가득 채운 점도 훌륭한 판단 같았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레벨 인피니트 측 제안에서 시작했어요. 언제나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데, 액션 신이 많이 들어갈 것 같으니 3D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우리 역시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Q. 라피와 레드 후드의 서사가 일단락되면서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습니다. 둘의 바디가 한 몸에 압축된 이유, 레드 후드의 의식이 방주를 파괴하라고 말한 이유인데요. 이 수수께끼는 다른 인물들의 시점으로 풀리게 되는 건가요?

빠른 시일 내 풀릴 것 같습니다. 누구의 시점이라고 지금 말할 수는 없지만.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3)

Q. 침식됐다가 언체인드로 돌아온 니케 중 마리안과 신데렐라는 여전히 붉은 눈이고, 반면 메티스 스쿼드는 눈 색도 원래대로 돌아왔는데요. 이것은 헬레틱이 되었는지에 따라 갈리는 걸까요?

헬레틱보다는 '침식이 완치됐느냐, 완치되지 않았느냐'로 구분됩니다. 지금 자세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이 둘은 다른 개념입니다.


Q. 27~30챕터가 소위 '빌드업' 구간으로 상당히 길었고, 그 뒤로 4개 챕터는 또 엄청난 임팩트를 줬는데요. 한 번 고점이 몰아친 만큼 방주 파트에서 또 쉬는 템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새로운 파트의 시작 단계에서 어느 정도 텐션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커버하기 위해 억지로 일을 터트리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고, 최대한 답답한 전개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스토리를 쓰는 입장에서 클라이맥스에 한 번 도착하고 나면 다음 부분을 쓰려다가 막막한 감정도 느끼곤 하는데, 잘 준비해야죠.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4)

Q. 리버린은 불호 반응이 특히 강한 캐릭터였죠. 너무나도 현실 주변에서 만날 만한 성격과 서사가 더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반응을 의도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의도한 바가 맞아요. 현실적인, 옆에 있을 법한 캐릭터로 만드는 게 목적이었죠. 단, 앞으로도 일방적으로 불쾌감만 주는 캐릭터가 되진 않을 겁니다.


Q. 리버린 성우 연기에서도 그런 느낌이 진하게 나오는데, 더빙 과정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나요?

성우분에게는 한 마디만 요청했습니다. '최대한 천불이 나게끔 해달라'고(웃음).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5)

Q. 완벽한 성공이군요. 반면 여기에 대비되는 캐릭터가 '드릴리'와 '해머링'인데요. 유혹에 대처하는 자세에서 정 반대 길을 걷는 것 같아요.

패스파인더, 해머앤드릴 두 스쿼드는 모두 소시민적인 현실 문제를 공유합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지만 위험한 한 방 유혹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한쪽은 잡았고 한쪽은 잡지 않았죠. 이런 대비를 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향후 전개가 어떻게 흐를지 지금 밝힐 수 없지만, 이 극명한 대비는 이어질 겁니다.


Q. 특히 해머링은 제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요.

저도 모든 니케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Q. 지휘관 신체 능력과 주변 전투력이 굉장히 오른 만큼, 앞으로 위기 상황에서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있습니다. 이제 배가 뚫리는 정도는 한 숨 자면 되겠네 싶을 정도인데, 더 거대한 위기를 기대(?)해봐도 될까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우리는 언제나 주인공과 주인공 일행을 어떻게 괴롭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색다른 방법으로, 그리고 색다른 방향에서 사건이 들이닥칠 예정입니다.

■ "니케 스토리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사람 사는 이야기'죠."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6)

Q. 지금까지 대본을 작업하면서 가장 고민한, 혹은 오래 고친 스토리를 꼽는다면?

이번 'OLD TALES'였죠. 2부 후반부, 에이브가 신데렐라를 구원하고 난 뒤의 전개가 너무 안 풀려서 거진 일주일을 고생했어요. 세계선이 대여섯 개쯤 됐죠.고심 끝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픽스했지만 정말힘든 시기였어요. 그 결과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정말 다행입니다.


Q. 반대로, 완성이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반응이 좋았던 스토리도 있을까요?

'미라클 스노우(MIRACLE SNOW)'가 그랬어요. 전부 쓰는 데 단 이틀 걸렸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빨리 썼어요.

원래 'N102' 캐릭터 에피소드를 쓸 때 목적은 단순했어요. 니케 세계관이 얼마나 비정한지 보여주는 소재였죠. 그래서 쭉 신나게 썼는데, 완성하고 나서 스스로 에피소드를 끝까지 보니 너무 슬픈 거예요. 너무 불쌍하고.

그래서 이 아이는 기회가 되면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러다 첫 겨울 이벤트에 '앤'이 출격하게 됐고, 이번에 꼭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싶었죠. 그 마음을 가지고 빠른 시간에 써낸 스토리가 'MIRACLE SNOW'입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7)

Q. 스토리에 은근히 밈 활용이 많은데, 대부분 흐름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감탄하거나 웃은 적이 많습니다. 팀내에서 관련 연구도 함께 하는지 궁금하네요.

따로 연구하는 건 아닌데, 팀원들이 각자 (취미로) 파고드는 영역이 다르다 보니까 서로 아는 밈이 영역별로 분포되어 있어요. 그래서 적재적소에 쓰게 되는 느낌이죠. 팀원들이 함께 보면서 누군가가 '이건 뇌절 같은데요?' 라고 하면 깎아내기도 하고요. 물론 분위기를 살짝 살리는 정도만 쓰고 주력이 되지 않게 자제하고 있습니다.


Q. 메인 스토리에서 랩칠리언과 재회한 이후, 서브 퀘스트를 다시 볼 방법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계획이 있나요?

아쉽지만 아직은 계획이 없습니다. 지금 랩칠리언은 거의 유일하게 서브에서 메인으로 넘어간 케이스인데,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그때 논의가 가능할 것 같네요.


Q. 다른 인터뷰에서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디렉터님의 대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팀장님의 답변은?

배드 엔딩을 굉장히 좋아해요. 주로 찾아서 보는 작품에도 그런 결말이 많은데, '니케'에도 그 점이 굉장히 많이 반영된 편입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그렇게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고요. 개인적인 소비는 여전히 배드 엔딩을 선호하지만, 막상 만드는 입장이 되니 반드시 배드 엔딩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싶기도 합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8)

Q. 매번 스토리 칭찬이 나오지만, 그밖의 요소가 맞지 않아 접근하지 않은 분들도 아직 많이 보입니다. '니케는 이런 이야기다'라고 설명한다면?

'니케'의 스토리는 건전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겉으로는 정체불명의 기계와 싸우는 소녀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 내면에 우리가 공감할 법한 사람들의 사연과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니케'의 스토리 감성이 '군상극' 같다는 느낌도 종종 받아요.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추천할 만한 작품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네, 굉장히 좋아해요. 스케일이 큰 군상극은 특히 좋아하는데 최근 그런 작품을 찾기 힘들죠. 인원이 적다 해도 서로 시점과 생각이 충돌하고, 관계를 어떻게 풀지 싶을 정도로 얽히고 꼬이는 이야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13기병방위권'을 추천하고 싶네요. 시나리오 구조에 많은 감명을 받은 게임입니다.


Q. 마지막으로, 니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언제나 너무 감사합니다. 더 잘 해야겠다 싶어서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스토리를 쓰면서 압박을 받을 때마다 여러분이 좋아해주시는 반응을 다시 보곤 해요. 그것이 벌떡 일어나서 다시 열심히 하게 만드는원동력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가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기대와 반응 부탁드립니다.

[단독 인터뷰] '니케' 시나리오 팀장이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025)

References

Top Articles
Latest Posts
Recommended Articles
Article information

Author: Gregorio Kreiger

Last Updated:

Views: 6416

Rating: 4.7 / 5 (57 voted)

Reviews: 88% of readers found this page helpful

Author information

Name: Gregorio Kreiger

Birthday: 1994-12-18

Address: 89212 Tracey Ramp, Sunside, MT 08453-0951

Phone: +9014805370218

Job: Customer Designer

Hobby: Mountain biking, Orienteering, Hiking, Sewing, Backpacking, Mushroom hunting, Backpacking

Introduction: My name is Gregorio Kreiger, I am a tender, brainy, enthusiastic, combative, agreeable, gentle, gentle person who loves writing and wants to share my knowledge and understanding with you.